프로필 사진에 웃고 있는 나는 꽃다운 27살.

일본 생활 2년차.

자취 1년반 됐을때, 마냥 하루하루가 즐거웠을 때(물론 저땐 저리 생각하지 않았겠지)의 사진이다.


저때보다 10년은 더 흐른 지금.

나는 그때 꿈꿨던 사람이 되어있는가?


대답은 '노' 다.


40살이 되기 전 난 억대연봉에 잘나가는 회사 매니저에 롯본기 힐즈에 월세 30만엔(약 300만원정도)를 지불하며 호화롭게 살고 있을꺼라 생각했으니깐.

근데 그때 상상했던 나의 미래에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내가 만약 저리 멋지게(?) 업적을 이루었으면 분명 솔로였을꺼라고. 

지금보다 훨씬 어렸던 20대의 나도 '기회비용'에 대한 생각을 하긴 했었나보다. 


어쨌든,

오늘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오늘의 나' 에 관한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것이냐에 관한.


5년반이라는 길면 길고 짧았으면 짧았던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했을때가 내가 31살이었을때다.

20대 후반을 일본에서 보내며 사회생활 역시 그곳에서 처음 경험했기에 내 사고방식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특히,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돈이 없어도, 외모가 별로라도, 남들이 뭐라해도 둘이만 좋으면 사랑만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나에게 심어준 나라였다.

모은게 없으면 둘이 벌어서 월세를 살면 되었고,

나이차가 많이 나면 조금 더 건강한 사람(?)이 더 움직이면 되었고,

심지어는 와이프를 뉴욕으로 2개월동안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사람도 있었다.(이건 다 내 측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도 조건보단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난 괜찮았는데 주변에서 이러쿵 저러쿵 간섭들이 심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본에 대한 기억을 잊을때쯤 나도 그들의 부응에 순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 것이.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남들과 달라. 좀 더 대접받아야 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많은 걸 바라게 되었다.

인기, 인정, 사랑받기. 물론 물질적인 부분도 포함해서.

이것들은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좋은 가치들이 아니다.

남들의 평가에 의해 나의 행복의 여부가 판가름나는 것일 뿐인데.


여기서 진정 내가 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그동안 난 남들에게 멋지게 보여지기 위한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멋지게 보이고 싶었고, 남들이 나를 부러워하길 바랬었다.

또한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질투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에야 깨달았다.

이런게 다 부질없다는 것을...


나는 지금 적성에 맞는 일을 14년째 하고 있고, (아주 좋은 사람들과)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시간내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틈틈히 하고 있다.

잠을 줄여가며 새벽에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가끔 친구들의 결혼식에 축가를 불러주기도 하고

시간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 많이 하고 있다.

근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던 것일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 난 평범한 사람인데 말이다.


이제 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포기로 인정하고, 노력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물론 연애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상대에게 너무 바라지는 않을꺼다.

모든건 쓸데없는 기대와 그 기대에 못미쳤을때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니깐.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야겠다.

다음번엔 꼭 그렇게 해야겠다.


P.S : 아버지와 함께 북한산 둘레길을 걸었을때 코스 중 평창동 주택가가 있었다.

으리으리한 집들을 보며, '우와~~ 아빠 이런데 살면 진짜 좋겠지?' 라고 내가 말했는데 아버지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집도 언덕에 있고, 전철역도 먼데 뭐가 좋아. 난 우리집이 훨씬 좋다'

지금의 난 아버지와 같은 생각이다.

이제 내가 조금 어른이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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