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벌써 푸르른 5월이야. 세월 참 빠르지?

아빠의 품에서 베갯잎을 적시며 슬픔에 젖어 잠들었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난 아빠가 있었던 예전으로 돌아가

회사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가끔씩 얼토당토 않는 농담에 웃기도 하고 그러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보름달이 떠 있더라.

날이 참 좋아 달도 밝아서 아빠 얼굴까지 보일꺼 같았어.

나도 몰래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 혹시 들었어?

'날이 참 좋아 속상해 아빠. 일주일만 더 있었어도 엄마랑 김밥싸서 남이섬도 놀러가고, 제주도도 가고 했을텐데...

 조금만... 조금만 버텼으면 날이 이렇게 좋았는데...'

 

아빠 있잖아.

난 요즘 이런 생각을 해.

'아빤 내가 어떻게 살길 바랬을까?' 란...

어릴적부터 나한테 기대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언제나 난 아빠의 기대를 져버리곤 했었어.

태어날때부터 외모도 성격도 아빠를 쏙 빼닮은 나를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참 많이 이뻐하셨지.

 

친구분들이 그러더라.

'네가 일본 갔을때 아버지가 널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아니?'

'그렇게 술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너 태어났다고 기저기 빨아야한다고 한달동안 술을 안드시더라고...'

아빤 뭐가 그렇게 쑥스러워서 나한테 그렇게 내색조차 못했던거야...

 

아빠가 다시 건강해지면 산에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날이 좋은데 다시 정상까지 오르고 해야지... 응?

등산갔다가 예전처럼 사이좋게 막걸리 한잔씩 하고 ...

당구장에 가서 내기 당구도 치고 ...

서산에서 고구마도 심고...

내가 운전 잘하게 되면 고기먹으러 여기저기 가고 말야...

아직 나랑 못한게 이렇게 많은데 벌써 가면 어떻게 ...

 

아빠...

많이 보고 싶어...

앞으로 아빠 보려면 30년은 더 있어야 하겠지.

보고 싶어...

다시 만나면 꼭 이렇게 말할꺼야.

'아빠를 정말 사랑한다고. 그리고 난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날꺼라고.'

 

-- 아빠를 존경하는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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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관련 기사.

 

'경기도 학생 예능 종합 발표회' 맘껏 뽐낸 끼와 재능'

 

 

 

1992년 2월 26일 경향신문 경기.인천 교육청 발령

 

 

 

 

[안양광역 10.11] 근명여자정보고등학교 다목적체육관 개관

 

 

 

제7회 안양교육장배 어린이 시낭송 대회

 

 

 

경인일보 창간 45주년 축하해 주신분

 

 

새안양회 회장기 육상대회 성황리 개최

 

 

결혼식에 참석하시고 오후 5시쯤 돌아오신 아빠.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는데 걸쭉하니 약주 한잔 하고 오셨다.

어디서 부딪히셨는지 이마에 상처가 나서 엄마가 반창고를 부쳐주시며 뭐라고 하시자 대꾸하는 아버지.

툭툭 대는 행동과 말투 모두 애교스런 것이라는 걸 난 알 것 같다.

표현 방식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귀국 후 온가족이 모인 가족여행.

손주들을 너무나도 이뻐하셨던 아버지.

약주 한잔 드시고 기분이 좋아지신 아버지의 미소가 지금도 생생하다.

 

정말 노래 잘하시는 아빠.(한반자씩 느리시긴 하지만 ㅋ)

성량도 풍부하고 목소리도 좋으시고...

아마도 난 확실히 아빨 닮았나보다! 흐흐흐~

 

 

귀국 후 다이어트 겸 시작한 아빠와의 등산.

그후 등산에 재미를 붙여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오로지 정상 탈환을 목표로 오르기 시작했다.

북한산 둘레길, 수락산, 도봉산 자운봉, 오봉 등등...

 

한때는 이런일도 있었다.

북한산 둘레길 중에 평창마을을 걷는 코스가 있었는데 정말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으리으리한 집들이 많았다.

"우와~ 아빠 집들 좀 봐. 진짜 좋다 그징?"

아빠 왈

"뭐가 좋아? 전철역에서 엄청 먼데"

 

풋. 역시 우리아빠.

난 이런 소박한 우리 아빠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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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모임분들이랑 부부동반으로 다녀오신 백두산 관광.

평소엔 맑은 날이 거의 없어서 천지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고 하는데, 천운이었는지 너무 맑아 호수안 전설의 괴물(?)까지 볼 수 있을 듯 했다는 어머니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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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딸이 사는 곳에 온 가족들.

내가 어떻게 사는지도 보시고, 동경 곳곳 구경도 하고, 때마침 있었던 불꽃놀이도 보고(불꽃이 한 두어번 터졌을때 "됐다 가자" 하셨지만)

그때 아울렛에 가서 north face 모자를 2개 사 드렸는데 한국에 가져오셔서 닳아지게 쓰고 다니셨다고 나중에 어머니께 전해 들었다. 참 표현은 없으셔도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이제서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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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아마도 일본 다녀와서 엄마가 찍은 사진이 아닐까 싶다.

누워서(?) 책 읽고 계신 아빠.

 

 

퇴임 후 안양교육청 직원들이 보내주신 퇴임 기념 여행.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때마쳐 일본에서 자의반 타의반(?) 일시 귀국한 내가 있어서 맘 놓고 다녀오셨던 여행.

약 2주넘은 긴 여정이었지만 평소와 같이 무뚝뚝한 아버지는 다녀와서 "어땠어?" 하니 "좋더라" 한마디 뿐.

역시 우리 아버지.

그러니 아버지 닮아서 나도 이런거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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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이건 개인적으로 내가 넘 좋아하는 사진!

귀여우신 아빠 표정! 잘 보면 나와도 닮았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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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몸 담으신지 42년.

6-1반 호랑이 선생님을 시작으로 안양교육청 교육장님으로 교직에 평생을 몸 담으신 아버지.

2006년 2월 26일. 아버지의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 (물론 그 당시 난 일본에 있었지만, 휴가를 내고 참석)

자랑스러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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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막내딸 인영이에요.

어디서부터 무슨말을 꺼내야 할지.. 바보같이 벌써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고 있네.

아빠가 멀리 가신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잡을 수 없이 너무 먼 곳으로 가버려서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잖아.

 

일주일 전 바로 이 날.

전화받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잖아.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통곡을 하면서 우는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고, 오로지 아빠 생각만 했었어.

하지만 아빤 너무 차갑게 식어있더라.

 

문상객들이 와서 인사할때마다 속으로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

그렇게 살아생전에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시려고 친구들, 동료들, 제자들 오지도 못하게 하시고, 그저 가벼운 감기라고만 하면서 껄껄 하고 웃어넘기셨지. 육체적인 고통도 집안의 모든 대소사도 혼자 꿋꿋이 이겨내신 아빠.

아직 나에겐 한없이 크기만 한 그런 존재인데 갑자기 이렇게 내 곁을 떠나면 어떻게 하나 한숨만 나와.

 

일주일 내내 아빠의 품에서 잠들고 아빠와 거닐었던 그 길... 다시 걷고 또 걸어봐도 이제 내 옆에 아빤 없네.

이렇게 하늘은 푸르고 꽃도 예쁘게 피는데 같이 보고 싶은 아빤 내 곁에 없네.

불러도 불러봐도 아빤 대답이 없어.

 

마지막 가시는 날.

한줌의 재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날때는 내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뼈 속까지 까맣게 자리잡은 암 덩이들.

얼마나 아팠을까.

 

작년 백병원에서 앞으로 1년이란 소리 들었을때 '이런 미친x 가만 안두겠다고' 했지만 정작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미안해.

 

후...

아빠가 없어도 해는 뜨고 지고, 시간 또한 어김없이 흐르네.

인생이란 참 허무하지. 이런게 인생인가봐.

앞으로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길어야 겨우 30-40년이야. 그 후에 다시 아빨 만날텐데 그땐 아빠에게 묻고 싶은게 너무 많아.

그리고 예전처럼 어리광 부리면서 애교도 부리고 대들기도 하고 그럴꺼야.

그럼 아빤 날 보며 소리치겠지. 하지만 괜찮아. 난 그게 사랑이란 걸 아니깐...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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