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만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일기를 쓰고 싶다고 하는게 맞을듯.
가만히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선 '나'가 아닌 '너같은 나'를 살기 위해 노력한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선택에 기로에서도 매번 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뭐가 그리 두려웠던걸까?

그냥 다... 모조리 다... 써버리자.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데 모르는게 있다는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비참함.
내가 쟤보다 나이가 많고 날씬하지 않아서 드는 자괴감.
글을 잘쓰기 위해서 책을 읽는 잘못된 목적.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솔직함이 아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여기서 누군가란 불특정 다수이다)
모르는게 있을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내 자신.
왜 나만... 왜 나만... 불행하고 즐겁지 않을꺼란 자기비하.
SNS을 통해 '나는 잘살고 있어요. 부럽지?' 란 내용의 자기과시용 글.
밴드 활동도 그 활동으로 인해 내 삶이 윤택해 질 것이라는 쓸데없는 생각.
출퇴근이 힘들어서 못하는 게 많다라는 핑계.
남의 행복을 축하해주지 못하는 못된 심성.
매시간 잡생각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한없이 나락의 길로 빠져드는 머리속 엉망진창 실타래들.
무언가 실행하려고 할때 정당한 내 자신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누군가에게 confirm을 받는 이상한 습성.
...

아... 뭐가 이리 많지.
이게 바로 평소의 나로구나.
난 바보같이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절대 타의적이 아닌 오롯이 자의적으로 내 자신을 외부로부터 차단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내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헤헤헤' 하고 웃을 수 있는 그리 호통한 성격은 아니다.
최소한 이렇게 글로 남겨야 훗날 대범한 사람이 되어 이 글을 보고 껄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나이 33.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지만, 내 자신을 찾기 위한 방황이 시작되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아마도 지난주 화요일쯤 이었던거 같다.오롯이 혼자가 된것이...
엄마품을 갓 나온 아이처럼 '힘들다고' 칭얼거리기도 하고, 세상에서 지가 가장 힘들다고 '징징' 대기도 하지만
이렇게 초딩도 졸업하고, 중고딩... 대학에 입학할때까지 버텨보련다.
이 모든 과정을 올해말에 매듭지을 수 있길 바라며, 내년 이맘때 빛나는 졸업장을 품은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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